엘로라
영주 에드릭의 부인. 본래 전 영주이자 에드릭의 형인 알라릭의 아내였다. 알라릭이 죽은 뒤 가문의 선택으로 에드릭과 혼인하게 되었다. 항상 검은 베일로 얼굴을 가리고 말수가 적은 편이다.
- 엘로라는 본래 축제에 잘 참석하지 않지만 심문과 재판에 참여하기 위해 마을에 방문했다.
- 알라릭이 살아 있을 당시 두 사람은 사이가 몹시 좋은 부부로 유명했다. 마을 사람들은 엘로라의 검은 베일을 두고 죽은 남편을 추모하기 위함이라 수군거렸다.
KLU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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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매년 가을, 추수가 끝나가는 늦가을이면 마을 사람들은 수확제의 등불을 지폈다. 수확제가 열리는 첫날에는 마을 사람들이 광장에 모여 영주의 축사를 경청했다. 높이 치켜든 축배가 내려지면 지루한 마을에 드문 축제가 열렸다. 물웅덩이를 튀기는 세찬 말발굽 소리와 함께 영주 에드릭이 모습을 드러냈다. 곁에는 얼굴에 검은 베일을 드리운 아내 엘로라가 함께였다. 나이가 많은 마을 토박이들은 광장 가장자리에서 오래전 사고에 대해 수군거렸다. 전 영주였던 알라릭이 18년 전 도적 소탕 중에 화재로 사망했는데, 엘로라는 본래 그의 아내였으나 화재 이후 알라릭의 동생인 에드릭과 혼인을 이어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저런 소문은 사람들의 입을 빠르게 오가다 금세 잦아들었다. 마차에서 내린 에드릭이 힘찬 동작으로 고발장을 펼쳐 들었기 때문이었다.
“선량한 영주민들 사이에 악마와 결탁한 마녀가 숨어 있다는 증언이 여럿 접수되었소. 오늘부로 오두막의 모라를 마녀 혐의로 조사할 것이오. 그녀가 무고하다면 결백이 드러날 테지만, 그렇지 않다면 응당한 심판을 받게 되리라!”
“안 돼! 모라가 마녀일 리가 없어요!”
느긋한 표정으로 영주 행렬을 지켜보던 초로의 여인은 희게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모라의 주변을 맴돌며 우스꽝스럽게 재주넘기를 하던 소년, 피핀이 사람들을 헤치고 나섰다. 병사들이 다가오기 전에 모라가 그를 애써 말렸다. 마을 변두리에 사는 약초상 모라는 아이들의 열병을 치료하고 성의껏 부상자를 돌보았지만, 마을에 액운이 들 때마다 모라에 대한 낭설이 돌곤 했다. 에드릭은 사위가 조용해지기를 기다렸다가 말을 이었다.
“수확제가 끝나기 전까지 혐의를 상세히 조사하고 재판에 회부하겠소. 시비가 가려질 때까지 축제를 즐기시오.”
에드릭은 병사들을 이끌고 오두막으로 향했다. 바로 뒤를 따르는 이는 호위 기사 세드릭이었다. 승계식 날부터 알라릭의 뒤를 보필하던 그는 영주가 바뀌고서도 같은 자리를 유지했다. 경비병들이 오두막 문 앞을 지키는 가운데 궁금증을 참지 못한 마을 사람 여럿이 오두막 근처를 기웃거렸다. 그중에는 마을을 찾은 현상금 사냥꾼 브란이 섞여 있었다.
시간이 흘러 축배식의 개막이었다. 광장에는 커다란 화덕에 불이 지펴져, 전날 내린 비 냄새 사이로 연기가 피어올랐다. 여관을 나선 방랑 기사 로완은 젖은 망토를 털며 인파에 섞여들었다. 에드릭은 심문을 중단하고 축배식의 막을 올렸다. 잔마다 꿀술이 따라지고 반짝이는 금잔에 향긋한 술이 찰랑거렸다. 따분한 축사가 끝날 무렵, 축배를 입에 댄 에드릭이 별안간 몸을 비틀며 쓰러졌다. 작업장 문에 몸을 기댄 채 생각에 잠겨 있던 무두장이 가릭도 깜짝 놀라 영주의 상태를 확인하는 병사 무리에 끼어들었다. 호위 기사 세드릭이 영주의 목에 손을 대어 보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조용! 영주 에드릭님이 방금 숨을 거두셨소. 이 일을 엄중히 다루어 범인을 색출할 터이니 모두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마시오.”
광장에는 마을 사람이 모두 모여 있었지만 사람들의 의심은 오래지 않아 일곱 이름으로 좁혀졌다. 에드릭 곁을 지키던 엘로라부터, 오늘 마을에 도착한 방랑 기사 로완, 젖은 장부를 털던 현상금 사냥꾼 브란, 오늘따라 행방이 묘연했던 무두장이 가릭, 축배식 전까지 마을을 쏘다니던 광대 피핀, 마녀 심문 대상이었던 약초상 모라와 에드릭의 뒤를 따르던 호위 기사 세드릭까지. 모두에게 크고 작은 혐의점이 있었고 저마다의 비밀이 숨죽이고 있었다. 오래전 꺼지지 않은 불씨에서 새로운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매년 가을, 추수가 끝나가는 늦가을이면 마을 사람들은 수확제의 등불을 지폈다. 수확제가 열리는 첫날에는 마을 사람들이 광장에 모여 영주의 축사를 경청했다. 높이 치켜든 축배가 내려지면 지루한 마을에 드문 축제가 열렸다. 물웅덩이를 튀기는 세찬 말발굽 소리와 함께 영주 에드릭이 모습을 드러냈다. 곁에는 얼굴에 검은 베일을 드리운 아내 엘로라가 함께였다. 나이가 많은 마을 토박이들은 광장 가장자리에서 오래전 사고에 대해 수군거렸다. 전 영주였던 알라릭이 18년 전 도적 소탕 중에 화재로 사망했는데, 엘로라는 본래 그의 아내였으나 화재 이후 알라릭의 동생인 에드릭과 혼인을 이어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저런 소문은 사람들의 입을 빠르게 오가다 금세 잦아들었다. 마차에서 내린 에드릭이 힘찬 동작으로 고발장을 펼쳐 들었기 때문이었다.
“선량한 영주민들 사이에 악마와 결탁한 마녀가 숨어 있다는 증언이 여럿 접수되었소. 오늘부로 오두막의 모라를 마녀 혐의로 조사할 것이오. 그녀가 무고하다면 결백이 드러날 테지만, 그렇지 않다면 응당한 심판을 받게 되리라!”
“안 돼! 모라가 마녀일 리가 없어요!”
느긋한 표정으로 영주 행렬을 지켜보던 초로의 여인은 희게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모라의 주변을 맴돌며 우스꽝스럽게 재주넘기를 하던 소년, 피핀이 사람들을 헤치고 나섰다. 병사들이 다가오기 전에 모라가 그를 애써 말렸다. 마을 변두리에 사는 약초상 모라는 아이들의 열병을 치료하고 성의껏 부상자를 돌보았지만, 마을에 액운이 들 때마다 모라에 대한 낭설이 돌곤 했다. 에드릭은 사위가 조용해지기를 기다렸다가 말을 이었다.
“수확제가 끝나기 전까지 혐의를 상세히 조사하고 재판에 회부하겠소. 시비가 가려질 때까지 축제를 즐기시오.”
에드릭은 병사들을 이끌고 오두막으로 향했다. 바로 뒤를 따르는 이는 호위 기사 세드릭이었다. 승계식 날부터 알라릭의 뒤를 보필하던 그는 영주가 바뀌고서도 같은 자리를 유지했다. 경비병들이 오두막 문 앞을 지키는 가운데 궁금증을 참지 못한 마을 사람 여럿이 오두막 근처를 기웃거렸다. 그중에는 마을을 찾은 현상금 사냥꾼 브란이 섞여 있었다.
시간이 흘러 축배식의 개막이었다. 광장에는 커다란 화덕에 불이 지펴져, 전날 내린 비 냄새 사이로 연기가 피어올랐다. 여관을 나선 방랑 기사 로완은 젖은 망토를 털며 인파에 섞여들었다. 에드릭은 심문을 중단하고 축배식의 막을 올렸다. 잔마다 꿀술이 따라지고 반짝이는 금잔에 향긋한 술이 찰랑거렸다. 따분한 축사가 끝날 무렵, 축배를 입에 댄 에드릭이 별안간 몸을 비틀며 쓰러졌다. 작업장 문에 몸을 기댄 채 생각에 잠겨 있던 무두장이 가릭도 깜짝 놀라 영주의 상태를 확인하는 병사 무리에 끼어들었다. 호위 기사 세드릭이 영주의 목에 손을 대어 보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조용! 영주 에드릭님이 방금 숨을 거두셨소. 이 일을 엄중히 다루어 범인을 색출할 터이니 모두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마시오.”
광장에는 마을 사람이 모두 모여 있었지만 사람들의 의심은 오래지 않아 일곱 이름으로 좁혀졌다. 에드릭 곁을 지키던 엘로라부터, 오늘 마을에 도착한 방랑 기사 로완, 젖은 장부를 털던 현상금 사냥꾼 브란, 오늘따라 행방이 묘연했던 무두장이 가릭, 축배식 전까지 마을을 쏘다니던 광대 피핀, 마녀 심문 대상이었던 약초상 모라와 에드릭의 뒤를 따르던 호위 기사 세드릭까지. 모두에게 크고 작은 혐의점이 있었고 저마다의 비밀이 숨죽이고 있었다. 오래전 꺼지지 않은 불씨에서 새로운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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